교통사고로 가족을 잃고 빚이 남은 것을 알게 되면 상속포기부터 알아봅니다. 그런데 신고서를 내고 나서 사고 난 차를 폐차하거나 보험사에 맡겨 처리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신청했으니 끝났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 한 번으로 상속포기가 효력을 잃고 고인의 빚을 전부 떠안게 될 수 있습니다.
상속포기와 한정승인은 무엇이 다른가요
상속포기는 처음부터 상속인이 아니었던 것으로 하는 것입니다. 빚도 재산도 받지 않습니다. 다만 그 사람이 빠지면 다음 순위 상속인에게 빚이 넘어갑니다. 손자녀나 형제자매가 뒤이어 포기해야 하는 일이 생깁니다.
한정승인은 상속인 지위를 유지하면서 책임 범위만 제한합니다. 민법 제1028조는 「상속으로 인하여 취득할 재산의 한도에서 피상속인의 채무와 유증을 변제할 것을 조건으로 상속을 승인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다음 순위로 빚이 넘어가지 않습니다.
기간은 둘 다 상속개시가 있음을 안 날로부터 3개월입니다(민법 제1019조 제1항). 돌아가신 날이 아닙니다. 앞 순위 상속인이 포기해서 상속인이 되신 분은 그 사실을 안 날부터 셉니다. 이 기간 안에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단순승인한 것이 됩니다.
상속포기 신청 후 절대 하면 안 되는 세 가지 (상속포기 효력이 상실됩니다)
민법 제1026조는 아래 경우에 단순승인한 것으로 봅니다. 단순승인이 되면 고인의 빚을 제한 없이 떠안습니다. 어렵게 신청해 놓고 이 셋 중 하나를 하면 그동안의 절차가 소용없어집니다.
1. 심판문을 받기 전에 고인의 재산을 처분하는 것 신고서를 냈다고 효력이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가정법원의 심판을 받아야 하고, 그 심판을 당사자가 고지받아야 효력이 생깁니다. 신고와 심판 사이에 처분하면 단순승인입니다. 뒤에 보실 판례가 이 경우입니다.
2. 심판을 받은 뒤 상속재산을 숨기거나 쓰는 것 포기나 한정승인이 끝난 뒤라도 상속재산을 은닉하거나 부정소비하면 단순승인한 것이 됩니다. 효력이 생겼으니 이제 괜찮다고 보시면 안 됩니다.
3. 재산목록에 고의로 빠뜨리는 것 한정승인을 하면 상속재산 목록을 냅니다. 알고 있는 재산을 일부러 적지 않으면 같은 결과가 됩니다.
| 유족이 하는 일 | 그대로 했을 때 | 확인한 뒤 |
|---|---|---|
| 사고 차량 폐차·매도 | 처분행위가 되어 단순승인 위험 | 심판 고지 뒤로 미루고 보관 |
| 고인 명의 예금 인출 | 처분행위로 다퉈질 수 있음 | 손대지 않고 내역만 확보 |
| 가해자 측 손해배상금 정리 | 상속재산이라 위험 | 절차 순서를 먼저 정리 |
| 사망보험금 수령 | 고유재산이라 문제되지 않음 | 수익자 표기를 확인하고 청구 |
무엇이 처분이고 무엇이 관리인가요
대법원은 2026년 5월 판결에서 기준을 다시 밝혔습니다.
「처분행위」는 재산의 현상 또는 그 성질을 변하게 하는 사실적 행위 및 재산의 변동을 생기게 하는 법률적 행위를 포함한다 할 것이나 상속재산의 보존 및 관리행위는 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대법원 2026. 5. 8. 선고 2025다220329 판결)
이 사건에서는 임대인이 사망한 뒤 상속인들이 임차인과 기존 계약을 같은 조건으로 연장해 준 것이 문제되었습니다. 대법원은 보증금도 차임도 그대로이고 기간만 늘린 것이므로 관리행위라고 보았습니다. 재산을 지키는 행위는 처분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반대로 사고 차량을 폐차하거나 파는 것은 재산의 성질을 바꾸는 일입니다. 사고 직후 보험사나 정비소에서 처리를 권유받는 경우가 많은데, 상속 문제를 정하기 전이면 멈추셔야 합니다.
고인 명의 예금에서 돈을 찾는 것이 처분에 해당하는지는 쓰임새와 금액에 따라 다퉈집니다. 찾기 전에 먼저 확인하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사망보험금은 결이 다릅니다. 상속재산이 아니라 보험수익자의 고유재산이라서, 수령해도 상속재산을 처분한 것이 되지 않습니다. 상속 문제와 별개로 청구하실 수 있습니다. 다만 가해자 측 대인배상에서 나오는 손해배상금은 상속재산입니다. 둘을 같게 보시면 안 됩니다.
차를 처분하고 단순승인이 된 사건
대법원 2016. 12. 29. 선고 2013다73520 판결의 사실관계입니다.
고인이 사망하자 상속인들은 한 달 뒤 법원에 상속포기 신고를 했습니다. 그런데 신고 나흘 뒤, 고인이 생전에 운행하던 화물차량 여섯 대를 폐차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매도하게 하고 그 대금 2,730만원을 받았습니다. 법원이 상속포기 신고를 수리하는 심판을 한 것은 그로부터 한 달이 더 지난 뒤였습니다.
원심은 상속포기 신고를 한 뒤의 일이니 괜찮다고 보았습니다. 대법원은 뒤집었습니다.
상속인이 가정법원에 상속포기의 신고를 하였더라도 이를 수리하는 가정법원의 심판이 고지되기 이전에 상속재산을 처분하였다면, 이는 상속포기의 효력 발생 전에 처분행위를 한 것이므로 민법 제1026조 제1호에 따라 상속의 단순승인을 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신고와 심판 사이의 공백을 몰라서 생긴 일입니다. 차량이라는 점에서 교통사고 유족이 그대로 겪을 수 있는 구도입니다.
고인의 재산에 손대시기 전에 확인해보실 것들
- 사고 차량을 폐차하거나 처분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 상속포기나 한정승인을 신고했지만 법원 심판을 아직 받지 못했다
- 고인 명의 계좌에서 돈을 찾거나 카드대금을 갚은 적이 있다
- 가해자 측 보험사가 보상금 절차를 진행하자고 하는데 상속 문제를 아직 정하지 못했다
- 돌아가신 지 3개월이 다 되어 간다
해당되는 사유가 있다면 심판문을 받으셨는지부터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신고한 날이 아니라 고지받은 날이 기준입니다.
마치며
상속포기와 한정승인은 서류를 내는 날이 아니라 심판을 받는 날에 효력이 생깁니다. 그 사이에 무엇을 했는지가 결과를 정합니다. 고인의 재산을 지키는 일은 괜찮고, 모양이나 주인을 바꾸는 일은 위험합니다.
다치신 분과 유족에게 필요한 일은 저희가 빠짐없이 챙깁니다. 증권과 지급내역서, 보험사 산정 내역을 약관 기준과 대조하는 일도, 부족한 자료가 무엇인지 안내하는 일도, 유리한 판례와 분쟁조정사례를 근거로 제시하는 일도, 제3병원 자문과 법률자문이 필요한지 검토하는 일도 끝까지 처리합니다. 저희 손이 닿지 않는 곳은 단 하나, 보험사가 끝내 지급을 거부하는 순간뿐입니다. 그 마지막 벽 앞까지 저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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